2013. 12. 4. 18:02ㆍinside NOLDA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얄미운 짓만 골라하는 약삭빠른 뱀도
푹푹 찌는 더위에 허리 아래부터 몸통의 반은
제대로 맥도 못 쓴다는 계사년의 중추.
시간은 게다가,
해가 오를 때로 올라 그 어디에 서있어도
피부에 일직선으로 때려 박는 따가운 빛을 피할 수 없던 한낮의 오시午時.
한 차례 폭풍같은 수확으로 농작물은 없고 비료 가득하고 파리만 날리던
수정구 사송동 육백마흔넷 하고도 첫번째 집 마당 틀밭에...
바로 그곳에,
성은 감이요, 이름은 귤로 불리던 배가 두둑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여기로 좀 모여들 보시오!”
검게 그을린 그의 손에는 파릇하고 싱싱한 채소들로 녹색빛이 가득했고,
모여든 사람들은 서~너 종류의 모종을 이리저리 훑으며 구경과 함께 감탄 일색이었다.
싱싱함으로 얼이 빠진 사람들에게 감귤은 제안한다.
“여기있는 배추 모종을 심는 사람에게는
모종 두쪽당 김장김치 한포기를 보장하겠소”
거부 못할 제안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담배 두까치를 연이어 피우던 한 사람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내 밀집모자는 쓰고 해야겠소.”
군중심리라고, 한 사람이 시작하자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제안을 받아들이며 석달에 걸친 마약 같은 삽질이 시작되었다.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본다.
‘그때 우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했다...’
2013년 배추 전쟁(계사숭난:癸巳菘亂) 그 험난했던 여정의 기록...
스.타.트
P.S. 배추를 한자로 [숭]이라고 한자사전이 말해주더라구요... [菘:배추 숭]!
지금은 김치통에 있는 배추들의 배냇저고리 시절입니다. 응애응애.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있는 귤삼촌의 백일정도 젋을 적 사진입니다. 응..애....윽..
원래 이렇게 황량한 틀밭이었거든요...♥..
모종을 심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명나게 노동요를 부르며 심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종모종모종
모종을 심자♪
(이름이 모종?)
배추 모종!
여럿이서 하면
훨씬 빠르겠지♬
모종모종모종
이 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거라
♪
모종모종모종
(손에 묻은건 모종?)
비료와 흙!
노동의 흔적!♬
배추모종송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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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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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
사실 배추만 심은 건 아니고 무, 청경채, 상추, 쪽파, 루꼴라도 심었어요.
알타리 무는 열흘동안 이 정도로 자랐슴다!
“자~알 자란다!”
이 사진은 언뜻 귤삼촌을 찍은 것 같지만
사실 자라나는 알타리를 찍은 사진이에요.
중간중간 계속 곁줄기를 제거해줘야해요.
수영장 매트 접고있는 재욱, 승준 뒤로
배추는 저만큼이나 자랐구요.
루꼴라는 뜯어서 샌드위치도 해먹고...
포스팅이 점점 산으로 가요!...
여태 찍어놓은 사진 아까워서 막 넣어야겠어요!
.
.
.
두달 후
알타리는 벌써 수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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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후
“에라이, 배추도 다 뽑았당~!!!”
새신랑의 힘이 느껴져요. 사랑의 힘?
안 새신랑의 힘도 느껴져요. 뽜세!@
그리고, 여기 인부1의 짜증도 느껴져요. -_-+
이날은
배추 150포기를 쪼개고 절이는 실외작업.
무와 알타리무와 갓과 쪽파를 다듬는 실내작업.
그들을 사진으로 담는 전방위작업.
이렇게 세가지 작업을 했는데
제가 해보니 세번째가 가장 힘들더군요...하하하...
.
.
.
다음날
김꽃분여사님을 초대강사로 모시고
그녀의 진두지휘 아래 계사숭난의 마지막 결전이 벌어집니다.
“일단 각개전투를 펼치겠다.”
찡그린 성진. 졸린 귤. 병난 미나.
절여진 배추 씻기.
피쓩! 칼질하는 영아. 잇힝♥
댕강. 칼에 썰린 우미. (욕아님!)
무 갈고있는 지연. 뭔가 의미심장한 웃음! 으흐흐흐흫.
만주 개장수 승준...?
한때는 칼잽이로 천하를 거느렸건만...
손이 베여 고춧가루 범벅하는 재욱.
‘모두들 열심히군...’
“상을 하사하겠노라!”
점심은 굴과 수육... 정말 쩐의 전쟁입니다...
배채웠으니 다시!
뿌잉♥ 으앗!
샤라라라라라라랄라라라라라랄라라랄라랄~
아... 정말... 많다...
배추 씻기 종료.
“그렇다면 맛을 좌우 할 속의 진행상태는 어떻게 되어가고있는가!?”
휘적휘적!
“음... 이정도의 끈기로는 아직 부족해... 필살기를 써야겠다!!!”
“다이빙― 풍덩―!”
.
.
.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절인배추와 김치속...
그리고 김꽃분 여사님의 노하우 브리핑만 있다면...
“마지막 격전지로 향한다.”
버물버물..
버물버물..
복면 듀오도 버물버물..
김현정 닮은 빨간 아가씨도 버물버물..
버물버물..
버물버물..
아! 허리아파...
“모두들 조금만 힘을 내시오!!! 대단원의 끝이 보이고있소!!!”
.
.
.
멍...
무의식이 이끄는 힘으로
배추를 모두 담그고 남은 속으로 무까지 버무려 김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겨울 내내 먹을 김치 걱정이 없어요.
20통 이상의 방대한 양이... ㅎㄷㄷ
“하얗게 불태웠어...”
지금 현재 맛있는 열무김치와 배추김치와 김치찌개와 김치볶음과...
잘~ 먹고있어요. ^___^
놀다에 놀러오세요~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본다.
‘그때 우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했다...’
2013년 배추 전쟁(계사숭난:癸巳菘亂) 그 험난했던 여정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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