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 17:25ㆍ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청소년
본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정 책의 일환으로 2012년 부터 추진되는 ‘201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이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박물관(한국영상자료원산하)에서는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프로그램의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합니다.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왜? '시시콜콜' 일까? 그리고 이건 왜 하필 '영화박물관' 앞에다 붙여졌을까? 엄마의 잔소리처럼 세세하고, 못마땅한 대상을 향해 트집을 잡을 때처럼 집요해 보이는 이름이, 자질구레하고, 대수롭지 않은 낱낱의 것을 집대성한 글자가 영화박물관 앞에 떡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뒤따라오는 무시무시한 단어.
점령기
시시콜콜한 영화박물관을 점령하겠다는 것인지, 영화박물관을 시시콜콜하게 점령해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제목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는 놀다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에 관한 시시콜콜한 모든 것의 점령기입니다.
2013년 놀다의 프로젝트!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제 1기가 지난 3월 23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현장은 그 두번째 시간으로 3월 30일에 열린 '시시콜콜 영화탐방'입니다. 오늘 놀다와 참가자가 함께 시시콜콜하게 나눌 영화는 이장호 감독의 1980년작 <바람 불어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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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은 지금은 부촌이지만, 당시에는 서울의 변두리 지역이었던 70, 80년대 강남 일대의 풍경을 배경으로 당대의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시골에서 상경해 강남 일대 도시 변두리에 거주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20대 청년 덕배, 춘식, 길남의 삶을 집중 조망한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리얼리즘의 회복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80년대 영화를 끌어가는 시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강남 뿐만 아니라 교보문고, 남대문시장, 고가도로, 공사현장, 폐차장, 중국집, 기사식당 등등 서울의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찍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은 당시 서울의 생생한 풍경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패션, 자본 착취, 도시 개발, 독재 등등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해 볼 거리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참가자의 출생 이전 영화이기도 하고요. 낯설고, 생소한 배경을 1기 참가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 할 것인지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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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상영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 새로 온 친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짤막하게 가졌습니다. 맨처음 소개된 친구는 촉촉 단비가 내리는 5월에 태어난 김단비양. 고3이라는 신분을 밝히는 순간 여기저기서 감탄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어서 생김새가 비슷해 쌍둥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던 두 친구가 쭈볏쭈볏 차례대로 자리 앞에 섭니다. 왼쪽의 친구는 최서윤, 오른쪽의 친구는 홍은선입니다. 두 친구 모두 같은 학교에서 왔지만 학년은 다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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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회는 안돼요. 어떻게 해야 살 뺄 수 있어요? 라는 말에 대답중인 종현샘. 취미는 수영, 특기는 운동이라는 종현샘도, 이어 소개를 하랬더니 초능력 이론을 설파하는 작가(접니다.)도 이번 시간부터 함께 하게 된 참가자들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드디어 영화 상영이 시작됩니다. 청춘의 방황과 시대의 혼란을 상징하는 것 같은 거친 바람을 뚫고 세명의 주인공이 하나로 모여드는 도입부,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애니메이션 기법의 도입부가 인상적이네요.
영화상영이 끝난 후 놀다샘과 참가자 세네명이 모둠을 나눠 본격적인 영화탐방을 갖습니다. 오늘은 6주차까지 진행될 시시콜콜 영화탐방 기간의 맨 처음 시간으로 놀다샘과 참가자 각각이 처음 만나는 시간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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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름도, 얼굴도 아직은 낯선 사람이 모여 처음을 함께 하는 시간. 어색하고, 긴장되 경직된 분위기를 호기심과 기대로 차츰차츰 녹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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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참석한 친구들로 구성된 미나샘 모둠. 단비, 서윤이, 은선이는 오늘 처음 왔다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친구들입니다. 셋 다 방송반에 있고, 영상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어하고, 가족적인, 휴머니즘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2,000년 이전의 영화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이 모둠은 오늘의 영화가 어렵고, 낯설었다라고 하네요. 카메라 편집이 매끄럽지 않아 촌스러웠지만, 전반적으로는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말할까? 말까?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에서도 꿈틀대는 묘한 생기. 다양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현아, 수연이, 나영이, 유진이네 모둠입니다. 오늘 영화 어떻게 봤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는 친구를 향해 전직 도내 대표 수영선수 출신 종현샘이 꺼내는 이야기. 영화 초반씬에서 두 남녀가 각각 차를 운전하면서 싸우는 씬 있잖아. 그걸 보고 여주인공이 정말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어. 요즘에는 낮은 트럭 위에 차를 올려놓고 촬영하는데, 옛날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거든. 호오. 그렇구나. 짤막한 감탄사와 함께 슬슬 분위기는 슬슬 고조 됩니다.
그리고 모두를 빵 터지게 한 두 개의 단어, '사투리의 눈물'
두물머리라고 아니? 지금의 강남이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영화 속 배경으로 살짝 운을 뗀 성진샘. 아니요. 생소한 지명에 금새 시큰둥 하다가도 아는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아연, 아로, 민아네 모둠. 영화가 어찌나 재미없었던지, 잠깐 쉬는 시간동안에 그동안 봤던 최악의 영화를 열정적으로 나열하던 아이들 셋이 나란히 같은 모둠이 됐습니다. 영화, 재미없을 수도 있죠. 그럼 그 재미없는 영화를 어떻게 견뎠는지에 대해 얘기 하면 됩니다.
여기는 영화가 재미없다고 했잖아. 그럼 재미없는 영화 보면서 볼만한 건 없었어?
어, 저는 의상이요. 그 부잣집 주인공이 입고 있던 의상 다 좋았어요. 요즘에도 통할 것 같아요. 특히 집에서 입고 있었던 빨간색 옷이 멋있었어요. 레이디 가가 의상 같기도 하고.
저는 이발소 여직원이 입고 있었돈 옷이요. 그 여자 옷은 다 예뻤던 것 같아요.
여기서 부터 시작된 영화 속 온갖 장면에 대한 시시콜콜한 평들. 짜짱면 양이 지금보다 훨씬 많더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9500원이면 옷이 장만되는게 신기하더라, 불륜을 저지르고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는 조연에 대한 의아함과 신기함, 도시에 너무 몰린 인구에 대한 단상 등등. 이야기는 어느새 아침에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겪었던 각자의 에피소드를 설파하는 것으로 번집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민아의 한마디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저희 학교가야 되는데!"
아침 등교 콩나물 시루 버스에서 다급해진 민아,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영화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얘네들 아까 한시간 전에 걔네들 맞아? 쭈볏쭈볏, 말을 아끼며 어색함을 나누던 초반의 긴장감은 어디로 가고, 영화박물관은 어느새 각각의 사람이 시시콜콜 쏟아내는 수다로 가득합니다. 자자, 그만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가 발표할 사람을 뽑겠습니다. 아. 나 어떡해. 나 못해. 부끄러움과 부담, 울렁증을 안고 시작한 운명의 사다리 타기. 모둠에서 한명씩 당첨된 친구 셋이 나와 발표를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눴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요.
저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었구요. 자기소개시간때 부터 질문도 제일 많이 하고, 말도 제일 많았던 아연이. 첫 순번으로 발표를 시작합니다. 재미없었던 이유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몰랐던 것도 있고, 복선 이런 것들이 잘 안깔려져 있어서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됐어요. 그게 촬영 기법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은데. 버스씬을 제외하고는 클로즈업 씬이 별로 없고, 주로 멀리서 화면을 잡는 풀샷이 많았던 게 집중이 안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전문 용어를 등장시키며 영화에 대한 범상치 않은 평을 하는 아연이는 작년에 이어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를 두번째로 참가하는 장수(?) 참가자입니다.
이어지는 두번째 순서는 처음 온 친구 서윤이가 발표를 시작합니다. 저는 옛날 영화가 처음이라서 되게 생소했구요. 영화 중간중간에 화면이 뚝 끊기면서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그 외에 부잣집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배경음이나, 영화 중간, 중간 효과음이 어색했는데, 그게 더빙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해가 됐어요.
순박한 미소 뒤에 감춰진 생뚱한 매력, 툭툭 내뱉는 말이 일품인 현아가 웃으며 발표대 앞에 마지막으로 섭니다. 저희는 유지희는 볼륨감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했구요. 일동 웃음. 짜장면 값이랑 옷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은 사람 사는 건 똑같은 것 같다 그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아메리칸 드림이랑 비슷하다 이런 얘기도 했고, 당시 서울엔 아직 사투리를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며 '사투리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쭉쭉 말을 내뱉는 현아의 입담에 모두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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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모둠에서 발표가 끝나고, 슬슬 오늘을 마무리하는 시간. 끝내기 전에 오늘 미쳐 나오지 않았던 내용에 대해 놀다 감귤이 던지는 몇 마디. 왜 화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은가.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경제적인 이유도 있어. 두시간 짜리 영화를 1시간 25분 영화로 잘라내면 한회 더 상영할 수 있는거지. 참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당시엔 분명하게 있었던 문화였어. 이런 것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오늘의 영화에 관해 세모둠에서는 각각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갔는데요. 이들의 이야기 중에서는 각각 다른 내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겹치는 평도 많았습니다. 오늘 함께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관람한 참가자 대부분은 오늘 본 영화로 80년대 영화를 처음 접했다고 해요. 첨단 장비와 고도의 기술력이 결집된 촬영 기법에 익숙한 이 친구들에게 80년대 영화 <바람 좋은 날>은 생소하고,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지금과는 차이가 있는 기술력과 장비, 조악하게 느껴지는 효과음 등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친구도 있고, 지루하게 느낀 친구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바람 좋은 날>에서 시시콜콜 다뤄지는 내용은 주로 유지희가 입었던 패션, 이발소 커플이 먹었던 짜장면의 양이나 당시 물가,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어색한 효과음 등등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영화 외부의 내용이 주로 다뤄졌습니다. 대체로 볼만했다는 평을 늘어놓던 친구도, 너무 재미없었다며 열변을 토하던 친구도 영화 속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열심히 동참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사실 80년대는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참가자들이 점접을 갖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참가자의 부모세대에 해당하는 60, 70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모, 고모, 삼촌의 세대도 아니죠. 96, 97년도에 태어난 참가자들의 출생 바로 직전의 연도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연도가 바로 80년대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로 찾아보지 않은 이상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접하기 힘든 연도가 80년도 이기도 하죠. 그렇게 때문에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에서는 더욱 80년대 영화를 참가자와 함께 하고 싶었답니다.
낯설다면 왜 낯설 수 밖에 없는가. 생소하다면 그건 어디서 오는 거부감인가? 사소하고, 쓸데없는 장면 하나에서 찾은 의문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이 낱낱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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