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여행프로젝트 [사이.다]

2015. 1. 6. 15:56예술프로젝트/여행프로젝트



[사이.다]는 

2014년 8월 5일부터 8월 8일(3박4일) 동안 장항선 구간(웅천-광천)을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함께여는청소년학교와 부흥지역아동센터 친구들 29명과 함께 했는데요.

장항선을 타고 지나온 '광천역-웅천역' 구간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며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들을 찾아다닌 여정입니다.







여행에 앞서 음악,  드로잉,  몸,  사진 이렇게 네 모둠으로 나누었어요.

용산역에 도착한 모둠은 작은 힌트를 받아들고 여행을 함께할 아티스트를 찾아다녔는데요. 



음악 아티스트는 기타를 매고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아티스트와 아이들은 




첫만남의 어색함을 듬뿍 담아 단체사진도 찍어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죠. 

그래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은 묘하게 닮은 듯 합니다. 




기차에 마주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성식이는 작은 수첩을 들고 무언가를 쓰고 있네요. 

손에 들고 있는 저 작은 수첩. 저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드로잉노트' 입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길에서 얻은 영감을 글, 그림, 낙서의 형태로 기록하는 것인데요. 

여행을 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씩 나누어가졌습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나누는 사이




기차는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광천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35분을 더 달려 웅천역에 내릴 것인데요.

기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쳐온 이 길들을 3박4일간 천천히 거슬러 올 것입니다.




스쳐가는 풍경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느새 기차는 웅천역에 도착하고




기차에서 내려 첫 발을 내딛습니다. 



우리는 역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10분간 달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몸 모둠은 숙소에 짐을 풀고는 간단한 스텝을 연습합니다. 

이것은 내일 아침에 모든 사람에게 스트레칭 미션으로 주어질텐데요. 

이 스텝을 완성한 모둠만이 식당으로 향하는 봉고차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음악모둠은 기타를 퉁기며 엉터리 화음으로 입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새 진지해지더니 내일 여행할 곳을 정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여행기간 동안 매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모든 것을 함께 정하며 여행하기로 합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모둠이 준비했던 스트레칭 미션 대신 비옷을 나눠 가지고는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진 모둠은 밥을 먹고서 카메라를 나누어 가지며 간단한 작동법을 익히고




지도를 펼쳐놓고 어느 곳을 여행할 지를 고민합니다. 


오늘은 오후 6시 까지 대천항에서 만나 저녁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는데요. 

무창포해수욕장에서 대천항까지 약 15km의 거리를

네 모둠은 어떤 경로로 여행을 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고민하는 사이 다행히 비가 그쳐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는데요.




처음에는 바다에 들어가기를 머뭇거리더니

어느새 몸을 담그고 물놀이에 여념이 없네요. 




우중이는 그런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여행을 마친 뒤 우중이의 카메라를 살펴보니 사진 모둠의 여정이 오롯이 담겨있었어요.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대천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드로잉 모둠도 무창포해수욕장으로 향했어요.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건 갈매기였습니다. 

새우과자를 들고 갈매기와 교감을 나누기도 하고 

조약돌을 바다에 있는 힘껏 던져보기도 하다가 

백사장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시훈이는 자화상을 그렸어요. 




채영이는 미역과 먹으로 색을 더했네요. 




성근이는 종이컵에 모래를 담아 작은 성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드로잉 모둠은 바다에 여행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니다. 





몸 모둠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걷고 있네요. 

함참을 걸어왔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은




남포방조제 입니다. 

하아.. 

안개가 자욱히 깔린 방조제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이쯤 되니 이것은 여행인지 고행인지 헛갈립니다.




끝 없이 펼쳐진 길 위를 걸으며 생각합니다. 

나는..? 

그리고 너는..?








사진 모둠도 남포방조제를 향하여 걷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니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법한 것들이

하나 둘씩 보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그냥 지나치며 살아왔을까요? 




오두막이 보여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현주가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음악 모둠의 유림이 입니다!

한걸음에 달려와서 인사하네요.


낯선 곳을 걷다보면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음악 모둠은 어느 길로 갈지 의견을 나누다

멋진 울타리가 쳐진 남포방조제 아랫길을 택했습니다. 





그 울타리에 걸터 앉아 잠시 쉬는데



음악모둠의 홍일점 유림이가 힘들어 하네요.

조금 전에 만났던 단짝친구 현주가 자꾸 생각나나 봅니다.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흙장난을 치던 드로잉 모둠도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금새 지쳐 길바닥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차를 세워보려 손을 흔들어 보지만


10명이 모두 탈 수 있는 차는 지나가지 않았죠.




히치하이킹을 포기하고 다시 바닷길로 내려갔습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닷길이 더 재미있네요.







그 사이 음악 모둠은 방조제 위로 올라왔어요. 




'선생님, 노래 들으면서 걸어요!'

누군가의 제안에 서로의 노래를 돌려 듣다가 




방조제에 걸터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만치 먼저 가있던 지훈이는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드러누워선 지금의 공기,  바람,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서둘러 대천항으로 향했습니다.






대천항에 도착하니 각각의 모둠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와의 긴 흥정 끝에 조개와 새우를 사고




바베큐를 할 고기, 쌈야채, 고구마 등등 먹을 것을 사들고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것은 

익숙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렇게 요란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라이트 페인팅.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두고 

빛을 움직여 그 궤적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내가 움직인 궤적을 사진으로 확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어요. 


몇번 해보더니 요령을 파악하고




빛이 하나도 없는 어두운 곳에 옹기종기 모여

숨을 죽인채 조심스레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날이 흐려 볼 수 없었던 별과 달,

여행하며 만났던 꽃과 나비를 그리며 

오늘의 여행을 정리했지요.




다음 날


몸 모둠이 가장 먼저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입고 있는 바지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몸 모둠은 어젯밤에 시장에 가서 몸빼바지를 사왔습니다. 

만원으로 누군가가 입을 바지를 사고

제기차기를 해서 가장 많이 찬 사람 순으로 옷을 골라 입었거든요.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 했지만 

곧 몸빼바지의 편안함에 빠져버렸지요.


이 친구들은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이 바지를 입고 보령 일대를 활보할 것 입니다. 


숙소에서 나와 30분 거리에 있는 갯벌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곳은 갯벌입니다.




망.연.자.실.


알아봤더니 

물이 빠지려면 오후 다섯시는 되어야 한대요.




그래서 물수제비를 뜨며 놀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급하게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신했습니다. 




신나는 하루네요.






드로잉 모둠도 오다말다 하는 비를 맞으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는데요.



아 참,  오늘의 목적지는 '주포역' 입니다. 




주포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이제는 문을 닫은 폐역인데요.

첫날 우리가 타고 온 기차도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었죠.

우리가 그냥 지나친 그 역.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찾아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다시 드로잉 모둠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들은 한 교정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곤 먹으로 그림 그릴 준비를 했는데요.




분무기에 물을 받아 먹을 담고 화선지에 뿌리고

분무기로 그릴 수 없는 선은 젓가락으로 그렸어요.






이 때 그린 그림들은 가지고 올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쏟아진 비에 다 젖어버렷거든요. 






사진 모둠은 모두가 퇴실한 숙소에 

조금 더 남아 있었는데요.



숙소에서 어제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금 늦게 숙소를 나온 사진 모둠은 서둘러 주포역으로 향했습니다.







주포역에 가까워지자 다른 모둠 친구들이 보이네요.

서로의 여행을 묻기도 하고 




드디어 도착한 주포역!!

그곳에는 웬 사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블루 파프리카' 라는 밴드였는데요.

그들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짜고짜 노래를 시작하는 밴드를 앞에 두고

우리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서서히 박자를 맞추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떠나갈래 나는 떠나갈래

눈부신 태양과 푸른 바다를 찾아

떠나갈래 혼자라도 괜찮아

시원한 바람과 구름 따라서

나는 떠나갈래 떠나가면

나아질 지도 몰라

떠나가면 나아 질지도 몰라

떠나가면 나아 질지도 몰라


 '떠나갈래' 중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은 갑자기 태히언 선생님을 불러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들의 합주




두 다릴 쭉 펴고 나면 주위의 모든게 선명하네

두팔을 들어올려 보면 중력이 몸에서 사라진다네

땅을 딛고 일어나 땅을 밟고 일어서 걸어가는거야 걸어보는거야

땅을 딛고 일어나 땅을 밟고 일어서 걸어가는거야 걸어보는거야

생각을 바람에 실려 보내 주위를 둘러보니 참 다 새롭네

그저 세상이 내것이네 행복이 그대들과 함께라네

땅을 딛고 일어나 땅을 밟고 일어서 걸어가는거야 걸어보는거야


'땅을 딛고 일어나' 중에서




주포역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그동안의 여행을 서로 나누었어요.

 

같은 곳을 향해서 걸어온 길인데

모둠 마다 서로 달랐습니다. 


그리고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요.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이 떠 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짓궃었던 날씨가 

내일은 개려나 봅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숙소 앞 마당에는 드로잉노트가 널려있었어요.

여행하며 느꼈던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짧은 글과 그림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시간이 가장 느리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기로 했어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드로잉노트를 들춰보며 천천히 여행을 되새겼습니다. 





오늘은 4km 남짓한 이 농로길을 걸어 

우리 여행의 종착지인 광천역으로 갈 텐데요.




여행 내내 비를 흩뿌리며 우리를 괴롭혔던 하늘이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화창하게 개어

정말이지 '걷기 좋은 날' 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걷다가




슈퍼 앞 평상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걷다가




또 쉽니다. 


우리는 그렇게 느릿느릿 걸었어요. 


광천역에 가까워질 수록 

여행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더욱 




느리게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 지고




같이 걷던 친구와 더욱 가까워져갈 때 쯤




우리는 광천역에 다다랐습니다.



첫날 기차에서 스쳐 본 광천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어요.







2014 여행 프로젝트

너와 나를 잇는 우리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