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9. 16:42ㆍ기획/운영 용역사업
새로운 시선 : 프레임이 뒤집힌 '마르쿠스 안경'
안경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안경을 쓴 나도 물구나무를 선다
하늘이 너른 대지가 되고,
실험이 실현되는 낯선 세계
그 속의 거꾸로 된 모든 것
사람도, 공간도, 경계도 철학도
새롭고, 새롭고, 새롭고 또 새롭다
안경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안경을 쓴 개구쟁이 소년도 물구나무를 선다
눈이 멀고, 돌이 될 지언정 나는 바라보리라
안경 속 뒤집힌 세상 속 물구나무 선 나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힘차게 달리는 푸른 말의 해. 2014년.
[명예교사의 물건]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으신 분은,
건축가 장윤규 선생님이십니다.
선물같은 1월 한낮의 햇살을 쬐며,
대학로의 운생동. 명예교사 장윤규 선생님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여쭈었던 질문은 바로 이 것, " 도대체 운생동이 무슨 뜻인가요?"
'하하. 다들 그걸 궁금해 하세요.
'운생동'하니까 굉장히 생경한가봐요. 운생동은, 기운생동에서 '기'를 뺀 이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또 그걸 빼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게 우리 건축가 그룹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하구요.' _ 명예교사 장윤규 건축가
사실 인터뷰하며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테두리 안에 있는 것 같았어요.
건축이야기나, 평소의 가치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안경'까지도요!
" 저 안경이 2002년도에 운생동을 열면서 샀던 안경이에요.
뭔가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었죠.
자주 가는 안경점에 갔는데,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운명처럼.
사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오히려 단순하게 만나는 것 같아요.
벌써 11년? 12년 전이지만, 아직도 저 안경을 쓰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새로운 시선이 필요할 때 저 안경을 쓰곤 해요."
_ 명예교사 장윤규 건축가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며, 오르페우스의 신화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어요.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저승까지 갔던 오르페우스는,
그러나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경고를 무시해, 다시 한 번 부인을 잃게 되죠.
장윤규 명예교사는 이 신화를 재해석해,
오르페우스적인 시선을,
경고와 위협에 맞서고, 뒤돌아볼 수 있는, 새롭게 볼 수 있는 태도라고 하셨습니다.
" 저는 관심사가 많아요. 가구 디자인이나 무대 디자인, 출판, 전시...
갤러리 정미소라는 아트 스페이스도 운영하고 있구요.
많은 영역에서 다양하게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말이 있죠. '나날이 새롭게 하라!' 그렇게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발견하는 거죠.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게 중요한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땐 시도 썼었어요. 아마 웬만한 시집은 다 읽었을 거예요. 제가.
2005년에 '복합체'라는 건축 책을 냈을 때도, 시가 있었죠.
요즘은 신전에 관한 건축이야기를 시로 써볼까 해요.
장소의 실존적인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죠." _ 명예교사 장윤규 건축가
그럼 요즘 주력하시는 건 어떤 분야이신가요?
하고 여쭤봤더니, 돌아온 환한 미소!
바로 '육아' 이시라는 군요.
"요즘에는 시간을 잘 쪼개쓰려고 노력합니다.
사무실 일이 끝나고, 아들과 꼭 몇시간 놀아주고요. 10시 이후에는 무조건 그림을 그려요."
저는 아이랑 노는 것도 창조적인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레고 만들때, 나도 즐겁게 노는 것이 중요하죠. 아빠가 만들어줄게! 이게 아니고,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는 것처럼 저도 프로젝트화 시키는 거죠.
학생들에게도 늘 해왔던 이야기가 이거예요.
시인이 뭐라고 생각하니? 시처럼 사는 사람이야. 삶과 작업이 동일해야 해.
건축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건축도 삶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_ 명예교사 장윤규 건축가
그럼, 이제 건축가님이 아드님과 함께 진행하신
'프로젝트'작품을 한번 감상해 보실까요?
짜잔! 건축가님을 꼭 빼닮은 아드님을 공개합니다.
건축가의 아들답게 균형과 좌우대칭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벌써부터 '센터'라는 말을 즐겨쓴다네요. 어쩜, 너무 귀여워요!! (사심멘트)
위의 작품은, 건축가님이 만드신 노아의 방주와, 작은 집입니다.
건축가님이 만드는 덴 다섯시간 걸렸는데, 아드님이 부실 때는, 딱 1분 걸렸다네요. ㅎㅎㅎ
" 이 집을 본 뒤로, 우리 아들이 레고만드는 방식자체가 바뀌었어요.
패러다임이 바뀐 거지. 책에 나온대로, 키트대로만 만들다가, 그 영역이 파괴된 거죠. 아가들도 알더라구요.
제 건축관도 그래요. 건축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대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하기 위해서는 너무 심각해도 안되거든요.
도 닦는 마음으로 '건축이란 무엇인가?'이러고 있으면 안되죠.
깊이는 있어야 하지만, 사고를 감옥처럼 가둬둘 필요는 없다는 거요."
_ 명예교사 장윤규 건축가
건축가이자 아들바보이신 장윤규 선생님의
[명예교사의 물건] 열일곱 번째의 못 다한 이야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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