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하루_[남자학교] 안석환 명예교사와 연극으로 노는 소년들의 두번 째 이야기

2013. 11. 11. 18:50기획/운영 용역사업

 

 

안석환 명예교사와 남자학교가 함께하는 '연극'으로 노는 둘째 날

- 잘 듣기, 진심을 담아 말하기 그리고 진심이 담긴 몸짓 -

 

 

 

 

김장을 위해 심은 씨앗이 가을 햇살을 받아 싹을 틔웠습니다.

작은 알갱이였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잎을 돋아내 살랑거립니다.

한날, 한시에 심었던 씨앗이었는데, 저마다 크기를 달리해 피어났습니다.

어떤 이는 손바닥만하게 자랐는데

어떤 이는 겨우 검지 손가락 크기를 면치 못해

보는 마음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그런데, 문득 들려오는 듯 합니다.

"나, 잘 크고 있어요. 얼마나 더 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 왜 무조건 크고 예쁜 것만 좋다고 생각했을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면

힘을 내어 쑥쑥 자라나겠지요.

지금 그대로, 참 예쁩니다.

 

 



안석환 선생님과 고무신(남자학교 교장)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지금 그대로, 참 예쁜 소년들이 있네요.

가끔 말을 너무 안들어서 욱(!)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어느 새 웃음 짓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답니다. :)

 

"자~ 그만 놀고, 어여 들어가자~"

 

 

 

 

남자학교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었습니다.

책상에 둘러앉은 모습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죠?

왜 아니겠어요. 평소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책상이잖아요.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힘겨운 건 어쩔 수가 없는데요...

'으~ 대체 뭘 하려고~' 라는 표정으로 안석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들

이번 시간엔 안석환 선생님이 출연한 영화 <26년>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기로 했어요.

남자학교가 문을 열고, 첫 시간을 안석환 선생님과 함께했었는데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그렇다면 친절한 '움'씨의 막간 '되돌려 감기' 시간이 있겠습니다!

 

◁◁ 휘리리릭~~~


            몸의 감각 깨우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관람                    배우와 질의응답 후 찰칵

 

 

▷▷ 휘리릭~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지난 포스팅을 쭈욱쭈욱 더듬어 보시길 바랍니다~~~  별로 안 친절했나요? ^^;)

 

 

 

 

자, 그리고 안석환 선생님과 만난 두번 째 시간!

 

 


"영화에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해요. 그중 영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어떤 결과물(영상)이 나왔는지, 나중에 영화를 보고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사내란 무엇인지, 극 중 주인공 '진배'와 '그 사람' 중 누가 더 사내다울까 생각해 봤으면 해요."

_배우 안석환 명예교사

 

 

영화 <26년>의 시나리오를 읽고, 텍스트로서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화되는지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안석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표정들이 사뭇 진지하죠?

이때만 해도 몰랐죠... 설마...

 

 


드디어 대본 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캐스팅은 성별, 연기력과 목소리, 이미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앉은 순서대로 였어요. ㅎㅎ

하지만, 배우들이 촬영 전에 하는 전체 대본 리딩과 똑같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소년들, 국어책을 읽듯이 대본을 읽고 있네요.

목소리는 어찌나 작은지 잘 들리지도 않고요..

그렇게 시작된 대본 읽기.

 

  

 

 

두통이 밀려오는지 머리를 부여잡은 국현이(오른쪽) 

 

 

 

 

슬슬 눈이 감기며 초점을 잃어가는 재현이 

 

 

 

 

진수야~ 안석환 선생님 바로 옆에 앉아서 자는 건 아니겠지?

 

 

 

 

한 시간이 지나가자 엉덩이가 아파옵니다.

이제 온몸을 비틀며 들썩거리겠다~ 싶었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국어책을 읽던 소년들이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던 소년들이

연기력을 펼치기 시작한 겁니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자신의 역할에 젖어들며 감정을 넣기 시작합니다.

앞의 모습들은 소년들이 대본에 집중해나가는 모습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오잉? 요 녀석들 봐라~ "

 

 

 

 

그렇게 꼬박 두 시간이 사십 분 동안 제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92신의 대본 전체를 다 읽었냈답니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해낼 줄은 몰랐어요.

아마도 설마 끝까지 다 읽는 거야?

설마??

설마???

하다가 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생소한 경험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내가 맡은 역할이 언제 나올지 몰라 기다리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야기에 빠져들며 뒷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답니다.

이야기의 마력이란 게 그렇잖아요.

그다음은? 그다음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

자, 소년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나요?

앗! 그러기엔 앞부분에 스포일러가 있군요!  ^^;

네! 아주 잠깐! 쉬고 곧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정보를 주는 프롤로그가 나오죠? 어떤 이야기를 할 거라고 알려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자막이 나옵니다. 1980년의 이야기라는 정보도 주고 있네요."_배우 안석환 명예교사 

 

 

 

시나리오와 영화의 문법과,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는지

안석환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영화를 보니 그동안 영화를 볼 때와 다르게 영화가 보입니다. 

내가 연기했던 역할은 조금 더 눈여겨 보게 되고요.

게다가 화면 속의 배우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가 맡았던 역할은 조폭 진배가 몸담은 수호파 두목 안수호'였는데요, 이 씬에서 지문에는 

'칼 방향을 바꿔서 손잡이 쪽을 진배에게 내민다'고 했는데, 저는 칼을 식탁에 더 깊게 박았어요.

배우들은 캐스팅이 되면 대본을 분석하고, 세세한 동작까지 고민합니다."_배우 안석환 명예교사

 

 

<<영화 26년 대본>>

 

 

손님 하나가 앉아 있다. 보통사람 포스가 아닌 그는 광주 수호파의 보스. 안수호다. 그 앞에 식칼 하나가 팍! 꽂힌다.

그걸 보곤 오히려 씨익 웃는 안수호. 칼을 꽂고는 태연하게 다시 국수를 말기 시작하는 진배.

<중간 생략>

안수호 : 자고로 힘이란 거슨 균형이 중요헌 법이여. 깡다구 하나갖고는 이 시상 못 상게..

 

능숙한 솜씨로 탁. 칼 방향을 바꿔서 손잡이 쪽을 진배에게 내미는 안수호의 미소 띤 얼굴.

 

 

바로, 이 부분인데요, 활자가 배우의 옷을 입어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게 해주었답니다.

 소년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할 시간은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분석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보았고

자신이 연기했던 극중 인물의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껴보게 되었다고 해요.

 

 

 

"이제 영화를 볼 때, 시나리오로 어떻게 쓰였을까? 궁금해질 거 같아요. 누구나 배우가 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잖아요. 직접 읽어보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배우들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마음 속으로는 감정 표현을 더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답답했어요."_ 신연우

 

"원작인 강풀의 만화와 영화를 모두 보았는데요, 같은 이야기가 매체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게 신기하고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어요. 영화 내용은 너무 가슴아팠고요."_이승항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처음에는 마치 면접 보는 것처럼 긴장이 돼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는데 다 같이 읽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목소리도 커지더라고요. 다음에 하면 더 잘할 거 같은데, 아쉬워요. 그리고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나와 아주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닌 거 같아서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_김진수

  

 

 

우리는 뭔가 진짜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영화같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

 오늘의 영화 같은 일!!

소년들이 두 시간 사십분 동안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는 겁니다~ :)

그리고 우리의 영화 같은 일!

앞으로 일어나겠지요?

아니, 어쩌면 우리가 만나 함께하고 있는 지금, 그대로일런지도 모릅니다.

(이건, 스포일러입니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쭈욱~ 지켜봐주시면 알게 돼요 :)

 

 

 

 

소년들에게는 안석환 선생님과 자장면을 함께 비벼 먹는 지금이 영화같다고 하네요.  :)

앞으로도 영화같은 일은 계속 됩니다.

쭈욱~

 

 

 

 

"배우는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해요. 소통의 기본은 배려에요. 자신을 높여서 강해 보이려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게 훨씬 남성답죠. 자꾸 내 것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좀더 큰 의미에서의 우리를 보고 살아갔으면 해요. 처음엔 서먹했던 여러분들이 지금 한 덩어리가 돼서 큰 우리를 만든 것처럼요."_배우 안석환 명예교사

 

 

 

to be continued~~~

 

 

 

 

 

 

 

 

 

 

 

 

 

 

 

 

 

 

 

 

 

 

 

깨알 여담: 남자학교에서는 밤마다 불놀이가 진행중입니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남자학교 불놀이!

진수가 마음의 불씨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