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3. 14:42ㆍ<더놀다 놀이터> 프로그램
문화예술 놀다
열일곱살 소녀들과 다섯명의 언니들의 이상한 하루
<이상했으면 좋겠어>
파아란 가을 하늘을 맞이하기 전,
성남의 태원고등학교 1학년 3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반 아이들이 10월에 소풍을 가야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놀다의 활동가들은
'어떻게 하면 놀다의 공간에서 아이들과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고민끝에 나온 결론은
"그날 하루만큼은 아주 이상했으면 좋겠어."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다섯명의 언니들과 아이들이 만나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혹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아주 이상한 활동"을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2015년 10월 16일 금요일,
문화예술 놀다의 곳곳에 수상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방석, 바캉스옷, 야외테이블, 화로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네요 :)
그리고 어느새 놀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30명의 여고생들!
셀카는 기본이고, 고품격 피아노 연주까지,
이상한 언니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지요 :)
드디어 다섯 언니들의 정체를 드러낼 시간!
왼쪽부터 모모, 라마, 노라, 날파람, 늘보 랍니다.
그리고 피켓에 그려진 그림들이
오늘 아이들과 언니들이 함께할 활동의 힌트입니다.
비행기, 입에서 나오는 눈코입, 발, 몸을 연상케 하는 WY 그리고 쌍시옷이지요.
무엇을 할지 상상이 되시나요? :)
피켓을 보고 어떤 활동을 할지 유추해 피켓 뒤로 줄을 섭니다.
'내 뒤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초조함과 함께
뒤를 돌아보니,
긴말 않겠다던 늘보와 날파람의 뒤엔 휑한 바닥만 보였다는 후문이..
하지만,
늘보와 날파람의 불타는 유치로 각 여섯명씩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사진촬영은 기본이겠죠?ㅎㅎ
**
[노라] 발발 예술 실험실
처음 만난 노라와 아이들은 평소 이상한 결과 등을 보았을 때 많이 쓰는 표현인
"발로했냐?"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평소 관용적으로 쓰던 문장에 의문을 제기한 거죠!
"왜 발로 만든 것은 낮게 평가되어야 할까? 정말 발로 해보면 아닐 수도 있잖아?!"
한 친구는 발로 무엇까지 해보았느냐는 질문에 발로 컴퓨터 게임을 해봤다고 해요.
더 잘할 수 있는데 발로 하니까 생각보다 컨트롤이 안 된다며 아쉬워했지요.
그리고 다리의 제모는 어떻게 하는지, 셀카를 얼마나 보정하는지,
다리를 얇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어플까지 추천해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
[늘보] 내년엔 18
'ㅆ'이라는 힌트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늘보와 함께 하는 팀은 '욕'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고찰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앉자마자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일단 아는 욕을 모조리 써 본거죠.
하지만, 건전하고 감성이 여린 소녀들답게 욕을 잘 모르기에.. 연구의 시작이 순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은 욕을 '수집'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속 황정민의 대사를 들으며, 욕이라고 생각되는 단어를 받아적는
이른 바 '욕 듣기평가'
친구들은 황정민의 대사 속에서 무려 서른 개가 넘는 욕의 기본형과, 열 개 남짓한 파생어를 찾아냈어요.
음? 욕은 실컷했겠다고요? No No!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필담으로만 대화를 나누었죠.
우린 건전하고 감성이 여린데다가 우아한 숙녀들이니까요. 하하하하
[라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시작 전! 라마팀은 서로의 별명을 외우기 위해 별명으로 자기소개 게임을 진행했어요.
만두! 펭귄! 니모! 함수! 빵지! 주찬! 오늘만큼은 이름 대신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기로 한거죠.
아, 우리의 별명 속엔 두근두근 첫사랑의 스토리와 연관된 별명도 있었답니다 :)
[모모] 일상여행자
아이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물어보았어요.
학교와 집의 반복이라는 대답이 참 슬프게 들렸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수는 없을까요?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
[날파람] 발칙한 상상
자, 이곳은 비밀이야기가 한창이랍니다.
남자친구는 있는지, 첫 키스는 언제 해봤는지 등등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짧은 시간 동안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은밀한 이야기에 푹 빠져 밖에서 몰래 사진을 찍은
김반장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도 포착되었어요!ㅎㅎ
**
뚜둔, 결전의 점심준비 역할 나누기!!
제비뽑기로 채소수확팀, 샐러드팀, 테이블세팅팀, 뒷정리팀, 설거지팀 을 정했답니다.
[모모]: 채소 수확 및 다듬기
[노라] : 샐러드 만들기
[라마]: 테이블세팅하기
[늘보]: 뒷정리하기
[날파람]: 설거지하기
+ 뒷정리팀과 설거지팀은 점심이 준비되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만끽했답니다 :)
그릴에서 익어가는 고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b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들을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네요.
수확한 채소에 토마토를 섞고, 파마산치즈까지 뿌려 먹음직스런 샐러드도 완성!
식전 사진촬영은 기본!
고기를 꼭 먹어야겠다던 우리의 아이들,
많은 양의 바비큐를 굽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자유시간을 조금 더 빨리 만끽하기로 했어요.
"얘들아, 밥 먹어야지!ㅎㅎ"
바비큐와 더불어 놀다에서 준비한 야심작!
더치오븐 요리인데요,
감자, 소시지, 양배추, 토마토, 단호박 등을 물 없이 조리한
담백하고 고소한 요리랍니다 :)
바비큐, 더치오븐 요리, 샐러드 그리고 라면까지!
저 표정이 보이시나요?
배가 고팠는지 엄청난 양을 흡입하던 무서운 아이들!
밥먹고 낙서도 하며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도 보냈습니다.
***
[노라] 발발 예술 실험실
자, 앞서 말했듯이 이제 정말 발로 그림을 그려볼 시간!
발로 그림을 그리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았습니다.
규칙1. 발을 손처럼 사용할 것.
나무에 도화지를 붙이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발가락으로 잡은 크레파스와 마음대로 안 그려지는 그림들을 보며
꺌꺌 거리며 즐거워했지요 : b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는데요!
크레파스를 발로 문지르며 번지게 하는 효과라던지,
발에 물감을 찍어 화면을 완성하는 등
각자의 느낌으로 채워나가는 모습이 참 멋졌답니다.
'이 그림을 정말 발로 그렸어?'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그림들이였어요.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들의 열정에 박수를 짝짝짝!
*
날파람팀은 다양한 사진들을 보며
사진이 주는 느낌, 생각, 감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어요.
"외설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 신기해요. "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눠보는 경험이 처음이에요."
또한 자신들의 경험이나 궁금했던 점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하고
또 잘 들어주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늘보] 내년엔 18
즐거웠던 점심시간, 늘보는 친구들에게 한 가지 미션을 내렸는데요,
바로 '점심시간 동안 내가 했던 말 중, 세 개의 문장을 골라오는 것'
'고기는 언제나 옳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까 등도 따신 게 졸렵다' 등등
여러가지 문장이 나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아까 수집했던 욕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 문장에 어울리게 붙여보았습니다.
요리 조리, 포스트 잇을 붙여보고 문장을 읽어보면서
욕이 들어가는 위치와 읽는 사람의 어투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욕은 문장의 어느 곳에나 들어갈 수 있는 부사적인 욕이 있는가 하면,
단어와 결합하거나 활용이 가능한 형용사적인 욕이 있음을 발견했어요.
아! 비속어로 대화를 하면서도, 이렇게나 학구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라니!
친구들은 욕이 형용사일까, 부사일까라는 논제 아래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하고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욕의 기능과 어원에 대해서도 탐구했습니다.
'욕이 감정의 고조를 불러일으키는가' 가 참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욕을 하며 스티로폼을 격파해보는 물리적인 실험도 해보았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욕의 의미함축적인 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의 고찰을 마무리 하면서,
가장 함축적인 언어인 '시'로 오늘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기로 했어요.
**
[모모] 일상여행자
"오늘 하루 만큼은 너희들과 이상한 여행을 하려고해.
평범한 하루를 여행처럼 즐겨보자! 우리는 지금부터 일상여행자가 되는거야!"
이 친구는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고 싶데요.
정말 프랑스 남부로 놀러 온 느낌이 물씬 나지 않나요?ㅎㅎ
사실 처음에 옷을 고르면서 팔뚝살(?)이 너무 많다며 걱정했는데요!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에 당당하게 변신을 시도했답니다 :)
왼쪽의 두 친구는 동남아시아를 연상케 하는 썸머룩을 입었는데요.
"바지를 입고 싶은데 왜 치마만 있어요?" 라며
<여학생, 여행 = 치마, 원피스>라고 생각한
언니들의 고정관념에 일침을 날렸답니다 ^^;
하얀 원피스에 밀집모자를 쓴 친구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영화의 촬영지인 알프스에 가고 싶어 했답니다.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고 즐거워하네요 :)
알프스에 가고 싶어 하더니 정말 알프스 소녀 같아요!
각자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했지만 멋지게 사진을 찍다 보니
"정말 여행 온 것 같아요!" 라며 즐거워했답니다.
매일 보는 내 얼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라마팀은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목소리 초상화>를 통해 친구와 등을 대고 앉아, 나의 얼굴을 설명해줍니다.
눈 아래 점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웃을 때의 주름이 몇 개인지 등등
내 얼굴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난 눈코입이 다 예뻐서 어떻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어!"
라는 장난으로 꺌꺌 거리기도 하구요.
함수는 방긋웃고 있는 입이 특징인데 정말 닮았군요 :)
<블라인드 초상화>는 박스안에 종이를 넣고 그림을 보지 않은 채 그리는 방식이에요.
그림을 볼 수 없기에 수정할 수 없고,
내 얼굴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한 친구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라며 투덜거렸지만
"이 초상화는 이상하게 그려지는게 포인트야!"
라는 라마의 설득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답니다.
"처음에는 안보고 그리는게 어려웠는데, 새로워서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져서일까요?
어느새 놀다방을 가득 채울만큼 열정을 불태웠답니다 :)
**
발로 그림을 그리다 지친 세민이는 먹물로 슥슥
활동가들의 초상화를 모두 그려주었어요.
허니와 그니, 정말 똑같아서 깜짝 놀랐답니다 :)
***
[야외 전시회]
라마팀의 초상화 갤러리에요.
내 얼굴의 묘사를 듣고 친구가 그려준 나의 초상화와
'나'의 얼굴에 집중하며 그려낸 블라인드 초상화까지..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지요 ^^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또한 그림을 매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기도 했어요.
놀다에 선물로 준 캘리그라피도 정말 고마워요 :)
*
마지막으로 늘보팀은,
욕을 넣어 지었던 시를 크게 적어, 작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남은 하나의 문장.
'우리의 청춘은 지나지 않았어.'
여운을 남기기 위해 문장에 대한 사족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뒤에 붙은 ㅆㅂ은,
'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의 장 한가운데에서, 시대적 상황에 대한 개탄을 표명함과 동시에
의지없이 휩쓸리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참회와 자아반성을 잊지않고,
현실의 벽에 좌절하기보다는 삶과 미래에 대한 절규와도 같은 의지를 불태우겠다'
라는 화자의 자조적이면서도 저항적인 태도를 강조하기 위한 감탄사로 쓰였음을 밝혀둡니다.
*
발로 그린 그림들을 왼쪽부터 감상해보실까요?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파아란 하늘에 노란 별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친구의 해리포터도 보이고요.
해바라기와 풍경화 무지개 그리고
동양화를 떠올리게 하는 바다 위 돛단배까지!
복근이 생길 만큼, 허벅지에 알이 배길만큼 열심히 그린 그림들이에요 :)
이 정도면 발로 그렸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요.
다른 모둠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
"이걸 진짜 발로 그렸어?"
+세민이가 손으려 그려준 활동가들의 초상화까지!
왼쪽부터 그니, 늘보, 허니, 라마, 노라, 김반장, 날파람
(감귤은 어디에...ㅠㅜ)
*
날파람 모둠에서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어요.
*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오늘 하루 각 모둠에서
경험한 이상한 활동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한 활동을 보며 "이것도 재미있었겠다!" 등의 소감도 나누었고요 :)
오늘 하루는 평소에 이상하다고 생각한 일,
혹은 해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술 매체가 이상한 활동에 녹아들며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나 친구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날이기도 했고요.
오늘 경험한 "이상한 활동"을 통해
평범하고 딱딱한 일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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