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하루_[명예교사의 물건] 스무 번째, 한복려의 '번상'

2014. 2. 19. 13:17기획/운영 용역사업


사람을 키우는 요리 : 어머님이 물려주신 밥상


사람은 모두,

밥상 위에 차려진 어머니의 손길을 먹으며 자란다지요.

우리 어머님의 밥상은 너무나 커서,

딸 셋과 제자 수 천을 엄마로 길러내고도 여직 남아있네요.


어머님,

그 밥상을 저에게 물려주심은,

'엄마가 되거라.

기르는 이들의 어둔 뱃속까지 어루만지는 엄마가 되거라.' 하심이겠지요.



아직 못 다한 이야기


눈이 오려는지, 고요한 겨울 아침.

궁중음식 연구원의 창 밖으로는 안개같은 겨울하늘과 검은 나뭇가지가

아주 멋진 작품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른 아침부터, 궁중음식연구원을 찾은 이유는,

물론 스무 번째 물건의 주인공 궁중요리연구가 한복려 명예교사님을 찾아뵙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만나 뵌 한복려선생님께서는,

기품있고 단아하시면서도 손이 따듯한 분이셨어요.

드라마 속의 국민엄마에 김혜자씨가 있다면, 명예교사의 물건 시리즈의 국민엄마!

한복려 선생님!


 


저희가 선생님께 물건에 대해 여쭤봤을 때,

선생님은 고민없이, 바로 이 물건을 떠올리셨다고 해요. 


바로 한복려 선생님의 어머님이신,

인간문화재 황혜성 궁중요리연구가님께서 물려주신 '번상'



"어머니가 궁중음식을 강의하시던 때가 벌써 3,40년 전이에요.

그 때는, 컴퓨터가 있길 하나, PPT프로그램이 있기를 하나..

그러니까 이런 밥상, 그릇, 숟가락, 쟁반같은 것을 

전부 하나 하나 보자기에 싸가지고, 들고 갔던 거예요

특히 이 번상이라는 것은, 머리에 이고 가게 만들어진 상인데요,

옛날 조선시대에 양반집 하인들이 궁으로 밥을 나를 때 쓰던 상이에요.

어머니가 이 상을 얘기하실 때는 꼭, 직접 머리에 쓰고선, 쓰임새를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가끔 보면 어머니 얼굴이 둥그렇게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모로 어머니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물건이에요."  _궁중요리연구가 한복려 명예교사



사실 한복려 선생님께서는, 

어머님이 가시던 길을 따라서 걷고계신 셈인데요,

거기에는 어머니를 존경했던 마음이 크게 작용 했다고 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조금 자라서 어머님을 도와드리게 되면서부터는, 

어머니가 아닌 스승님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뵙게 되었고,

그때부터 어머님을 동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계속 커졌어요.

어떻게 그 시절,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던 시절에 

'음식'에 '문화'가 있다는 걸 꿰뚫어보고 '음식 문화'라는 말을 하셨을까, 정말 대단하시다 싶어요.

그리고 하셨던 말씀중에, 아직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씀이 있는데요,

음식은 사람을 먹이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칼로 자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생명 전체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함을 잊지말거라.

항상 겸손하거라. 하신 그 말씀을 이제 저도 제자들에게 하죠." _ 궁중요리연구가 한복려 명예교사


  


저희가 드린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어요.

한복려 선생님의 요즘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음식이란 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요즘처럼 표현매체가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넓어진 글로벌 시대에,

어떻게 하면 음식을 예술로서 보여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런 고민이죠. 

어머님을 따라 이 세계에 발을 들어놓았지만, 

시대에 따라서 다른 과업들이 생겨나는 것같아요.

그러니 지금, 2014년에 궁중요리를 연구하는 한복려의 고민은,

음식을 통해서 어떻게 문화융성을 시킬 것인가?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