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3. 20:21ㆍ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청소년
본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추진되는 ‘201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이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박물관(한국영상자료원산하)에서는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프로그램의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합니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 or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
이 문장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대개는 반‘이나’ 남았다고 말하면 긍정적인 사람이고,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면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잖아요.
그렇다면 오늘로 6회차까지 함께 한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는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며 아쉬워해야 할까요?
아니면 남은 반을 더 재밌는 일들로 채우려 노력해야 할까요?
지난 주에 썼던 대로,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친구들을,
모둠별로 돌아가면서 집중탐구 할 계획이에요!
시시콜콜 탐구생활 오늘의 주인공은, 유진이와 민아랍니다.
'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오늘 두 명은, 각자 보고 싶은 영화들을 찾아왔는데요,
민아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남매의 집>을 골라왔구요. 유진이는 <남매의 집>이 보고 싶었대요.
그러나 Mr. Kim 성진쌤의 적극적인 권유로, 오늘의 영화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결정!
여러분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란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영화는 1995년에 개봉한 영화로, 시대는 197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70년대, 오로지 경제발전을 외치던 시대배경 속에서,
혹사당하며 일을 해야했던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니!'
민아와 유진이는 1996년도에 태어났으니, 이 영화는 민아와 유진이보다도 나이가 많은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성진쌤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20살의 95학번 새내기셨다는 사실! 푸핫!
이 얘기를 듣던 민아의 한 마디!
“대박. 선생님 왜 이렇게 늙었어요?”
' 어떻게 찍었을지, 어떤 장면이었을지 너무 궁금했어요.'
민아가 이 영화를 골랐던 이유는,
TV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주연배우인 홍경인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전태일의 분신자살 씬’을 찍을 때,
CG기술이 아닌 실제 옷에 불을 붙여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전태일'역을 맡았던 홍경인 배우가
‘최연소 남우 주연상’을 타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장면이라네요.
‘ 같은 결말, 서로 다른 이야기 ’
영화를 본 후, 친구들은 마지막 장면에 대한 추측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민아의 해석은 이렇네요.
“어떤 청년이 전태일 평전을 들고 지나가다가, 그 청년이 전태일로 바뀌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전태일 평전을 읽은 사람들이 전태일의 뜻과 의지를 이어간다,
그런 거 아닐까요?”
그리고 이건 종현쌤의 해석.
“글쎄. 나는 전태일 평전의 집필을 마치고 평화시장을 찾아 온 영수에게,
전태일이 작별인사를 하러 들렀던 것 같기도 해. 일종의 영화적 장치인거지. ”
‘ 배에 감는 붕대, 일하는 모든 여자들을 향한 억압 ’
유진이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임신한 정순이가 배에 붕대를 감고 일하러 가던 장면을 꼽았어요.
“ 임신을 하면, 일을 못하게 했나봐요. 그 시대에는.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자 민아도 생각을 보탭니다.
“꼭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요즘에도 그런 압박을 주는 회사들이 있잖아.
남녀차별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임신과 육아에 대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가 더 많아져야 해.”
5초 가량의 짧은 신이었지만, ‘여’학생인 민아와 유진이에겐
다른 어떤 장면보다 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여요 ’
이 영화는 실제 사건, 실제 인물을 다루는 전기영화예요.
그래서 대사 중간 중간 ‘인혁당 사건’이라든지 ‘긴급조치’같은, 역사적 사건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튀어나오는데요,
민아와 유진이는 인혁당 사건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대요.
그리고 영화가 마치자마자 바로 웹 서핑으로 인혁당 사건을 찾아봤죠. 그 후 유진이의 소감.
“음, 그 시대를 더 잘 알고 있었다면,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
유진이는 1970년대에 평화시장 노동자였다면
유진이는 “그냥 때려치워야죠, 뭐.” 하고 바로 대답하더니, 조금 생각한 뒤에는
“그런데 제가 일을 안하면 식구들이 굶는다고 하면.. 어휴.. 어휴.. ” 하며 한숨만 내쉽니다.
그리고 민아는 ‘나는 전태일처럼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대요.
“아마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평화시장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그런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에는 얼마든지 빠질 수 있잖아요.
저한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전태일처럼 못 할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이 영화를 봤으니까, 그런 용기가 조금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
‘ 민아에게는 1970년대같은 사회시간 ’
민아네 학교에서는 이런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들을 많이 보여준대요.
그런데 민아는 오늘만큼 재밌게 볼 수가 없었다네요.
“ 저는요, 그런 영화들을 보여주고서 사회 선생님이 얘기해주시는 게 마음에 안들어요.
너무 한 쪽에 치우친 얘기들을 하시거든요. 정치적인 의견이란 게 결국은 개인의 의견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마치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시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못마땅하고요. ”
그런 생각들을 사회선생님께 말씀드려봤냐고 물어봤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 아뇨. 못 했어요. 저는요, 선생님보다 아이들이 더 무서워요.
저보고 잘난 척 한다고, 나댄다고 할 거예요. 아마.”
1970년대 전태일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들이 대항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2013년의 민아에게는 대항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
이건 아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불투명해지고, 복잡해졌다는 걸 뜻하는 거겠죠.
‘ 다음 수업은 평화시장에서! ’
다음 주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시간에 민아와 유진이는
전태일이 일했던 바로 그 평화시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아직도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해요.”
그래서 다음 주 ‘시시콜콜 탐구생활’은 민아와 유진이네 모둠을 한번 더 따라가보기로 했어요.
영화 속 장소에 찾아가,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면서
친구들은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
‘ 여자아이도 남자로 크길 강요하는 세상 <햇살 쏟아지던 날 >’
오늘 현아는 젊은 한국감독들의 재기발랄한 단편 두 개를 봤습니다.
이민아 감독의 <그들은 대화중>과 유영대 감독의 <햇살 쏟아지던 날>인데요, 현아의 해석이 아주 탁월해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들과 놀기 위해 칼싸움을 하고 병아리를 집어던지는 내용의 <햇살 쏟아지던 날>을 보고 나서는
‘여자아이에게도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감독은 보다 더 남성스럽고, 보다 더 폭력적이길 강요하는 세상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감독의 의도는 물론, 한 장면 한 장면에 담긴 의미들을 콕콕 짚어내는 현아를 바라보며 이런 기대가 생깁니다.
‘이렇게 기특한 우리 현아가 만드는 영화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우리의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붐붐붐>’
오늘 아연이는 ‘청소년 동성애’에 관한 영화 김곡, 김선감독의 <붐붐붐>을 봤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두 친구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다 죽여버리자’며 선택한 방법이 바로 드럼과 베이스연주였어요.
말하자면 악기연주가 그들의 비상구였던거예요. 그러면 우리에게는 어떤 비상구가 있는 걸까요?
다음시간부터는 그걸 찾아보려고 해요. 우리를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줄 비상구들이요.”
아연이가 앞으로 어떤 비상구들을 찾아낼지 궁금하네요.
어서 다음주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시시콜콜 집중탐구는 여기까지예요.
그리고 오늘을 기점으로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는, 정확히 중간지점을 지난 셈입니다.
앞으로 남은 반은 어떤 이야기들로, 또 어떤 배경과 어떤 색깔로 채워지게 될까요.
글쎄,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친구들이 가진 생각의 키가,
한 뼘쯤, 혹은 그보다 더 훌쩍 자랐다는 것과 그리고 앞으로 더 자랄 것이라는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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