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2013. 4. 23. 18:05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청소년



본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추진되는 ‘201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이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박물관(한국영상자료원산하)에서는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프로그램의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합니다.





 “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

이건 꼭 데이트하는 연인들만을 위한 질문은 아닙니다.
시시콜콜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가장 고민하는 질문이자,
그들을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죠.


<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요번에는 학생들이 직접 고른 영화를 볼 거랍니다.
과연 친구들은 어떤 영화를 골랐고, 어떤 느낌으로 영화를 봤을까요?!

궁금하시죠? ^^
그래서  앞으로는 한 모둠씩 돌아가면서 집중탐구 해보려고 해요.
조금 더 세심한! 조금 더 면밀한! 그리고 조금 더 시시콜콜한!
대화가 가능하겠죠?!




오늘 시시콜콜 탐구생활의 첫 타겟은 현아와 단비의 모둠입니다.






“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 “

 ost만 들어도, 손예진의 청순한 눈물연기가 떠오르는 영화.
오늘 단비와 현아가 고른 영화는 곽재용 감독의 2003년 작 <클래식>입니다. 


살짝 소개를 하자면 이래요.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엄마의 첫사랑과 딸의 첫사랑을 교차해 보여주죠.
엄마와 딸. 1인 2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의 청초한 연기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이 빛나는 영화입니다.




“ 수능 기출문제에 나온 바로 그 영화! “

 <클래식>은 단비가 강력 추천한 영화인데,
 수능 기출문제에 <클래식>의 시나리오 일부분이 나왔다네요.
그래서 선생님이 보고나면 울지도 모른다고, 좋은 영화라며 권해 주셨다고 해요.

 막이 오를 때까지 눈가가 아련했던, 단비의 감상평은 이렇습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았어요.
저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미나쌤은, 10년전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봤었는데,
오늘은 코웃음을 치시면서 보셨다죠.
같은 영화라도, 그 영화를 보는 시기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이기우는 거인병아니에요? “

 현아는 주인공들보다도 조연이었던 태수(이기우 분)가 인상깊었다고 해요.

‘태수는 되게 이상해요. 키도 너무 크고. 거인병인가?’
하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꺼내곤, 곧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태수는 이용만 당하잖아요. 끝까지 조력자로 남는..
보통 그런 상황에선 화를 내고, 복수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능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철저히 감독의 계산하에 만들어진 인물같아요.
자기 목표나, 자기 인생없이 남을 위해 산다는 게 가능할까요?’





“ 왜 항상 엄마들은, 니 아빠가 첫사랑이라고 할까? “
 미나쌤의 질문! ‘부모님의 첫사랑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그러자 단비도 현아도 대답이 똑같네요.

‘엄마는 아빠가 첫사랑이었대요.’ 


참 이상하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어째서 우리 엄마들은 첫사랑에 모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참  미스테리입니다.
그리고 단비네 부모님은 나이트에서 만났다고 말씀해주셨대요.
정말 솔직하고 개방적이시죠?
그 시절, 우리의 엄마 아빠도 그런 ‘사교의 장’에서 청춘을 만끽했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어요.



“ 소나기 그리고 클래식 “


  현아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소설 <소나기> 생각이 많이 났대요. 


‘ 주희와 준하가 시골집에서 만나고, 둘이 놀다가 비를 맞는 것도 그렇구요.
나중에 주희가 병이나서 수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렇구요.
참! 원두막에서 수박먹는 것도 그렇잖아요. ” 


듣고보니 정말 감독이 <소나기>에서 모티브를 많이 가져온 듯 해요.
어쩌면 <소나기>는 한국 멜로의 전형. 그야말로 멜로의 클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현아의 다음 영화 제목은 <ㅅㅇㅂㅅ ㄴㄴ ㅈㅇㅎ>. “
 현아는 꼭 찍고 싶은 멜로영화가 있대요.
일주일전에 들은 친구의 첫사랑 얘기라는데요, 살짝 들어보니 너무 너무 풋풋해요.
 
‘중학교 1학년 때, 늘 싸우기만 하던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있었대요.
서로 할머니, 그리고 송이버섯이라고 놀리고 그랬나봐요.
지긋지긋하다 했는데, 2학년때도 또 같은 반이 됐대요.
근데 어느샌가부터는 걔가 장난거는 게 너무 좋고, 자꾸 힐끔 힐끔 쳐다보게 됐대요.
어느 날 친구가 몰래 독서실 책상에
 [ㅅㅇㅂㅅ ㄴ ㄴ ㅈㅇㅎ (송이버섯 나 너 좋아해)]라고 썼는데,
그 남자애에게 문자가 온 거예요.
 [니 편지 잘 봤다. ^^] 이렇게! 너무 말랑말랑하잖아요.’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얘기예요.
지금은 남자주인공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데요,
김수현, 송중기 닮은 남자주인공이라면 딱 어울릴 것 같네요! :) 하핫!


“ 저는 <와니와 준하>의 조승우가 좋아요. “
 현아도 단비도, 이제 첫사랑을 곧 시작할 나이죠.
혹은 비밀이지만 벌써 시작했는지도 모르고요. 친구들은 어떤 이상형을 가지고 있을까요?

단비의 이상형은 ‘착한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어요.
‘아이를 좋아하는, 사랑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요.’

그런가 하면 현아의 이상형은 꽤 구체적이에요.
 ‘영화 <와니와 준하>에 나오는 조승우가 좋아요. 클래식의 조승우도 좋지만요.
소년같은 느낌에, 어떤 결핍이 있는 남자예요. 가난이라든지 뭐 그런거.
근데 한 여자만 바라보고, 그 여자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그런 남자요.’




이렇게 거인병부터 이상형까지!
소소한 이야기로 꽉 채워진 단비와 현아의 클래식. 어떠셨나요?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서로에 대해서 알게되고
또 조금씩 ‘나’에 대해서 알게되는 것.
그게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의 묘미겠지요.

다음 주에는 어떤 모둠과 시시콜콜 탐구생활을 하게 될지, 기대해 주세요. :)





“ 모두를 위한 정의는 없다. <두개의 문> ”


 오늘 영현이, 아연이, 예진이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을 봤어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영현이의 추천인데요,
영화가 무척 무거운 편이라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봤답니다.
다 보고 나서도 ‘부조리’, ‘삶’, ‘철학’, ‘정의’같은 꽤 어려운 단어들이 오갔구요. 

아연이가 ‘세상이 참 드럽고 치사하다’고 느꼈다고 하자,
예진이도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영현이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서는, 작은 오해가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깨달았대요.
이렇게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며,
친구들의 마음과 생각이 조금씩 자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뿌듯해져요.




“ 옥상 위  무말랭이로 기억될 영화. <플란다스의 개> ” 


 나영이와 유진이는 민아의 권유로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봤습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자 인상깊었던 대사에 대해 얘기했어요.


민아는 ‘옥상위에 무 말랭이 먹어’란 대사를,
나영이는 ‘처자 개가 아니면 같이 구워먹자’란  대사를,
유진이는 ‘개 사고 남은 돈은 너 교수되는데 쓰려고 했어.’란 대사를 꼽았어요.

이렇게 같은 영화를 봤어도,
서로 다른 울림으로 영화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지 않나요?






“ 다음 주에는 어떤 영화를 볼까? “
오늘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의 마지막은,
모둠별로 다음 주에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현아와 단비’ 모둠은 오늘에 이어, 한국 멜로의 진수를 느껴보기로 했어요. 
다음 시간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 볼 생각이라네요.
‘영현이, 아연이, 예진이’ 모둠도, 오늘 본 영화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기로 했어요.
각자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로 약속했구요.
‘나영, 유진, 민아’모둠은 아직 미정입니다.

이렇게 오늘 봤던 영화를 기준으로 다음 주에 볼 영화를 고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누군가의 추천으로 정하기도 하고,
또 아무이유없이 그 날의 기분만으로 즉흥적으로 영화를 고를 수도 있죠.

사실 시시콜콜에서는 어떤 영화를 봐도, 언제나 대성공이랍니다.
재미없었다면 재미없는대로, 우울해졌다면 우울해진 대로!
영화를 보고 나서 할 시시콜콜한 얘기들은 많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