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3기 '초지3관'

2015. 1. 7. 16:04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청소년



본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추진되는 ‘2014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이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박물관(한국영상자료원산하)에서는 <시시콜콜 영화박물관 점령기> 프로그램의 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합니다.











HD를 켜고 전체화면으로 봅시다. 


영상을 보고 포스팅을 보셔도 되고

포스팅을 보고 영상을 보셔도 되고 

자유롭게 보세요.


굿보이












3차시, 

어김없이 영상자료원 3관

모두 모여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봤다. 



아이들이 간단한 소감을 무기명으로 포스트잇에 적어 강사들의 선택으로 모둠을 정했다.

선택의 기준은 딱히 없었다. 나만큼 못난 글씨를 뽑았다.ㅎ 남학생이 대거 우리 모둠이 되었다.











질문을 주고받으면 친해지거나 서로를 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알고 신청했어?"


"어디 살아?"


"무슨 영화 좋아해?"




우리는 백문백답이라도 하듯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다, 

다음 주에 원용이가 보고 싶다던 페어러브를 보기로 했다.








4차시, 

영상도서관에 모여 페어러브을 보았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아리송한 결말에 각자 의견이 분분했다.

나이 차가 많은 연인과의 사랑은 어떨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5차시, 

여행을 다녀왔다.

<시시콜콜 나를 위한 여행, 내게로路>





6차시, 

우리는 약간 붕- 떠 있었다. 

여행을 다녀와서인지도 모르겠고, 

몇 주 만에 만나 여전히 어색해서일지도 모르겠고,

외부로 수업 나간 다른 모둠이 부러워서일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보편적인 것을 벗어났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 

굳이 영화를 탐구적으로 보지 않아도 희한한 느낌을 받길 원했다.

내가 처음 홍상수 영화를 봤을 때는 그랬다.


아이들에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떻겠냐고 하자,

건우가 <북촌방향>을 제안했다.






(재밌습니다. 요상하구요. 한번 보아도 다섯번 본 느낌.)







다음 날 혹은 어떤 날.

비슷한 만남, 같은 장소.

반복되는 상황.

귀에 익은 대화.


반복, 반복, 반복.




영화 주인공 성준은 낯이 익지만 이름도 직업도 기억에 남지 않던 사람들을 북촌 길거리에서 수차례 만난다.

도를 아느냐고 묻지 않아 다행이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에 얘기가 길어지거나 난감한 질문이라도 받는다면

그 순간을 빨리 빠져나오고 싶으리라.







반복되는 이야기와 낯선 만남이 이상하게 흥미로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아는 척 해보면 재밌을 거란 얘기까지 흘렀다.

당황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7차시, 

북촌에 왔다.

간식이랍시고 길거리에서 호떡을 사왔는데 참 맛이 없었다.


아는 척 하기,

당황한 사람들의 얼굴을 찍기 위해 손바닥 절반만 한 액션캠을 준비해왔다.

도착한 토요일의 북촌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이들은 걱정한다. 막상 뭐라고 아는 척을 해야 할지...






일단 북촌 거리를 걸어 다니며 구경을 했다.

북적북적하고 낯설고 아기자기하고.. 볼거리는 많았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계속 아는 척 안하냐고 재촉했다.


사실 나도 못하겠다. 그 뻘쭘한 상황...

그래도 계속 보채면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못했다.



아..








아!


<북촌방향>에 나왔던 가겟집이라도 찾아보고 가자.


소설과 다정.


주인공들이 자주 찾던 가게다.








소설은 영화에서처럼 가게주인이 없었고

뭐라도 먹고 가면 좋지 않을까 연락했지만

받지도 않았다.



으아.....



다정에 가보자.




(정우 지각!)





아...............


가게가 바뀌었다.

우리에겐 어떤 '마'가 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름 모를 음악가의 공연은 매우 좋았다.








8차시, 

세 명이 안 왔다. 





북촌에서의 나들이는 하려 했던 '아는 척'을 못해서 더 할 말이 딱히 없었다.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단편영화를 보기로 했다.

단편영화 두 편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또 찾아온 적막.


우리는 우리의 적막함을 집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말이 없고 대화가 적고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보일 때

뭐라도 대화 주제를 던져줘야 하는데...





매주 리셋되는 상황들이 우리가 보았던 <북촌방향>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9차시, 

본격적으로 세미나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영화를 찍을까, 무엇을 할까? 이야기하다


원용이가 제안한 셀프다큐, 

일주일의 시간 동안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화면과 말들을 전하는 것.

각자 A4용지에 꽤 길게 적어보기도 했다.






이렇게나 열심히 써보았지만

우린 공동작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인가 싶었다.


매주 반복되는 적잖이 어색한 분위기와 껌벅거림.

아이들 7명에 강사 2명. 9명의 접점을 찾는 게 이렇게 어렵나.







아이들이 시시콜콜에 다녀가고 나면 어떤 생각을 할까 대단히 궁금해졌다.

각자 한 두 번씩 빠지긴 했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가깝지도 않은 곳에 시간 내서 온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있다가 간다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도 참 이상하게 웃기지 않냐 물어보니 동조한다.

이런 분위기와 아이들의 속마음. 궁금하다. 


<북촌방향>을 오마주 삼아 다큐멘터리인 듯 연출된 화면을 꾸미자는 의견에

시험 삼아 즉석에서 핸드폰으로 찍어본 영상.


그리고

우삼샘이 매주 찍어주신 기록영상과 

북촌에서 액션캠으로 가볍게 찍은 영상.


재료를 만들어 놓으면 우리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화면으로 우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의 모습이 웃기게 보여야 할까, 

어색한 말투로 연기를 시작하면 

그러면 끝내 우리는 연기만 하고, 

진짜 마음을 얘기해볼 시간은 없다 생각되었다.




10차시를 앞둔 주중에 서진샘과 한참을 얘기했다.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10차시,

영상도서관에 <다찌마와 리>를 틀어놓고 한 명씩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사람당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는 어떤지, 주말엔 원래 뭐 하고 보냈는지, 

뭐하고 노는지, 시시콜콜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재밌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아쉬운 건 없는지,

이 얘기 저 얘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예상에 없던 답변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이 날은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조금 일찍 모여 우리의 보편적인 어색한 모습들을 많이 담기 위해 

캠코더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늦은 출발과 꽉 막힌 도로 때문에 서진샘과 나는 늦게 도착해버렸다.

그 사이 기다리는 아이들은 저들끼리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 아이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인터뷰가 끝나고 분명히 느낀 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이 적지 않았고,

아이들끼리의 시간도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11차시,

모든 재료가 모였다.









연출된 화면이 없으니 아마도 이 영상의 장르는 다큐멘터리.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떻게 이 재료들을 오려 붙이느냐,

편집의 순서와 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변했는가? 

변하지 않았다. 

천천히 어떤 느슨한 실 정도를 이어붙인 관계를 맺은 것 같았다. 

이건 어쩌면 큰 변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미나를 위해 단계적으로 과정을 쌓아왔나? 

결과적으로 그 얇은 실을 이어온 게 과정이 되었다.


우리에겐 어떤 극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아이들 어쩐지 현자의 기운이..

너무나 늙다리 같은 말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에겐 적절하다.


제목도 

초지3관 = 초지일관 + 영상자료원 3관


너희 참 초지일관하다.











12차시,

세미나.








GV.




"지금은 친해졌나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저희 조에 있어서는. 그냥...네... 친.합.니.다."



"남자끼리 서로 장난도 치나요?"


"저희는 장난을 치는 게 친함에 척도는 아니라... 그냥. 툭. 이 정도..ㅎ"




정우와의 전화연결. 


시시콜콜 평가점수... 10점?! ㅎㅎㅎ





세미나 끄읕~~~~


이 사진에 은솔이와 정우가 빠져 아쉽지만...

퍼가거라!ㅋㅋ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두려움으로 느끼든 설렘으로 느끼든

긴장감을 안 가질 수 없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더 재밌고 떠들썩하게,

재기 넘치는 무엇을 했더라도 좋았을 테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그 조용한 시간이 

끝내 편안했다고 말했다면,

의도치 않게도 그 밋밋한 과정이 

나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 시간 덕분에 

우린 억지스럽게 웃긴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아도 되었다.

개인적으로 '억지스러운 게 가장 구림'이라 굳게 믿는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그 정적의 분위기가 편했고

나에겐 유익하기까지 했다.


내가 뜨내기 강사로서 조급해하던 결과물을 향한 집착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뭔지 모를 여유와 넉넉함?이 

내 좁은 마음을 깨부숴준 것 같아서 고맙다.











그.래.도

사진은 안 어색해 보여서 다행이다.

ㅎㅎ